옛날 어느 마을에 게으른 아이가 살고 있었단다
어찌나 게으른지 차려 놓은 밥도 귀찮아서 먹지 않을 정도였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그날도 게으름뱅이는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며 자고 있었어
밖에서 일하다 돌아온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났어
얘야 그만 일어나거라 하루 종일 잠만 잘 거냐
아니, 이놈이 그래도 어디서 밖에 나가 일하지 못해
화가 난 어머니는 회초리를 휘두르며 게으름뱅이를 쫓아냈어
집에서 쫓겨나 게으름뱅이는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다녔어
자도 자도 졸리네 어디 잘 곳이 없나
주위를 불러보니 나무 그늘에서
편하게 잠을 자고 있는 황소가 보였어
이야 저 소는 좋겠다
나도 소가 되어 잠만 자면 얼마나 좋을까
게으름뱅이는 집에만 있어서
소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몰랐던 거야
무더운 여름 한낮이라 잠시 쉬고 있는 건데 말이야
소야 부럽다 부러워
그때 한 노인이 게으름뱅이에게 훌연히 다가왔어
얘야 너는 소가 되고 싶으냐
게으름뱅이는 쩌억 하품을 하며 대답햇어
네 소가 되고 싶어요 소가 되면 얼마나 좋을가요?
그러자 노인이 소머리 탈을 게으름뱅이에게 내밀었어
이 탈을 쓰면 소가 되어 밤이나 낮이나 잠을 잘 수 있단다.
한번 써 볼 테냐?
게으름뱅이는 소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냉큼 소머리 탈을 받아 썼단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소머리 탈이 얼굴에 찰싹 달리붙더니 떨어지지 않는 거야
겁이 덜컥 난 게으름뱅이는 힘껏 탈을 떼어내려 했어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탈은 더욱 단단히 얼굴에 붙었어
자 이 소가죽도 입거라
노인은 넓은 소매에서 소가죽을 꺼내서 게으름뱅이를 푹 덮었어
순식간에 게이름뱅이의 팔과 다리가 소 다리로 변하고 말았단다.
게으름뱅이는 깜짝 놀랐어
할아버지 이 탈을 벗겨 주세요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발버둥을 치며 울어 댔지만
음매음매 소리만 나올 뿐이었어
게으름뱅이는 진짜 소가 되고 만 거야
노인은 소가 된 게으름뱅이르 끌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에 갔단다.
노인은 한 농부에게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팔며 당부했어
이 소는 일을 많이 해 보지 않아서 서툴다오
말을 안들으면 채찍으로 때리면서 가르쳐 주시오
그리고 절대 무를 먹이면 안 된오
무를 먹으면 죽게 된다오
농부는 고개를 갸웃거렸어
무를 먹으면 죽는다고요 참 이상한 소도 다 있네
하지만 이내 소를 끌고 집으로 가 버렸어
다음 날부터 농부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밭으로 끌고 가 일을 시켰단다
동이 트기 전부터 밤에 별이 보일 때까지 하루 종일 일을 시켰지
소가 힘들어 누워 있으면 마구 책찍으로 때려 가며 일을 시켜어
소가 말을 안들으면 때리라고 했지
이랴 이랴 어서 일을 하거라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전 사람이라고요 아무리 외쳤지만
이를 어째 나오는 소리는 음매음매
소 울음 소리뿐이었어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온종일 밭에서 힘들게 일을 했어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농부에게 매서운 채찍을 맞았거든
저녁에는 풀을 쑤어 만든 여물죽을 허겁지겁 먹었어
힘들게 일을 하니 항상 배가 고파서 무엇이든 맛있었지
밥 먹기도 귀찮아 안 먹고
게으름만 피웠더니 벌을 받나 보다
잠자고 있던 소를 부러워했는데
소가 이렇게 일을 많이 했었구나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날마나 후회했어
밤마다 달을 보며 어머니를 몹시 그리워 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짐을 나르던 길에 어머니를 보게 된 거야
몹시 보고 싶었던 어머니가 눈앞에 계시자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다가갔지
하지만 어머니가 소가 된 아들을 알아볼 수 있겠어?
깜짝 놀란 어머니는
이놈의 소가 왜 나한테 음매거리는 거여 하며 손을 내저었어
농부도 일하지 않고 딴짓을 하는 소에게 화가나 채찍으로 철썩철썩 때렸어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농부에게 질질 끌려가며 엉엉 울었어
어머니도 자신을 못 알아보니 너무너무 서럽고 속상한 거야
그러다 무 밭을 보게 되었어
이 소는 절대 무를 먹으면 안되오. 무를 먹으면 죽게 된다오
라고 했던 노인의 말이 생각 났어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무를 먹고 죽기로 결심했어
그러고 잠시 농부가 한눈을 파는 사이 무 밭으로 달려가 허겁지겁 무를 베어 먹었어
울면서 무르 먹었던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무언가 이상했어
얼굴에 딱 붙어 있던 탈이 껍질 벗겨지듯 벗겨지고
뭄을 덮고 있던 무거운 소가죽이 털썩 떨어진 거야
그래그래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다시 사람이 된 거지
게으름뱅이는 그동안의 일을 농부에게 이야기했어
사정을 듣고 난 농부는 소가 되어 일했던 아이가 딱했어
어서 집에 가보거라 어머니께서 얼마나 걱정하시겠니
아이는 어머니를 얼른 보고 싶은 마음에
쉬지 않고 집을 향해 달려갔단다
어머니 어머니
죽은 줄 알았던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정신없이 뛰어나왔어
아이고 어디 갔었냐 어미가 얼마나 찾았는데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 품에 안겼어
이제 게으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일할께요
집에 돌아온 아이는 이제 더이상 게으름뱅이가 아니었어
소처럼 부지런하고 성실한 아이가 되어 어머니와 행복하게 잘 살았대
'동화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에는 그림 형제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재와 마을을 연결하는 동화의 길 메르헨 가도가 있어요 (10) | 2023.10.03 |
---|---|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인어 공주 공상이 있어요 (12) | 2023.10.01 |
빨간 모자 (0) | 2023.09.26 |
헨젤과 그레텔 (1) | 2023.09.21 |
잭과 콩줄기 (2) | 2023.09.20 |